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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의 비밀을 찾아서 , 이금기 굴소스

 

 

 

 

 

 

 

꽃이라고 다 칼바람에 잎을 떨어뜨리려고 호된 겨울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겨울바람이 불 때 더욱 만개하는 꽃이 있다.

돌에서 피는 꽃, ‘석화(石花)’로 불리는 ‘굴’이다.

매년 늦가을부터 채취를 시작하는 굴은 11월부터 3월까지가 제철이다. 12월에는 맛과 영양이 최고 수준에 이른다.

‘바다의 우유’ ‘완전식품’ ‘최고의 정력제’ 등 남다른 수식어를 자랑하는 굴이 요즘 제철을 맞았다.

국내 청정해역에선 굴 채취가 한창이다. 굴은 초장에 찍어 생굴로 맛봐도 별미지만 굴 구이, 굴 국밥,

굴 탕수육, 굴 죽 등 다양한 요리의 재료로도 제격이다.

그 중에서도 한 방울에 굴 고유의 맛과 향을 담은 식품이 있다. 바로 ‘굴소스’다.

중국의 대표적인 소스 중 하나인 굴소스는 중국요리에 주로 쓰인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엔 그 풍미를 인정받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 굴을 재료로 한 굴소스, 볶음-조림-찜요리에도 잘 어울려

굴은 어패류 중에서 영양소를 가장 이상적으로 가진 식품으로 꼽힌다.

‘바다의 우유’라는 별칭은 굴이 우유와 견줄만한 영양소를 함유했기 때문이다.

굴의 주성분인 칼슘은 칼슘영양제의 원료로도 사용된다. 이외에도 구리, 요오드, 규산, 비타민 등을 함유하고 있다.

굴의 단백질 조직은 연하기 때문에 소화흡수가 잘된다. 영양이 풍부하고 소화에 부담을 주지 않아 어린이나 노인에게 권장되는 식품이다.

굴에 든 철분은 빈혈치료에 좋고, 무기질인 아연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킨다. 굴에 풍부한 비타민은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다.

굴은 양질의 영양소뿐 아니라 84%의 수분을 함유해 씹었을 때 독특하고 풍부한 질감을 느낄 수 있다.

특유의 향미를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더러는 비린 맛 때문에 피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비린 맛은 줄이고 특유의 진한 맛을 살린 굴소스가 특히 사랑을 받는 것이다.

센 불로 단시간에 볶아내는 방식으로 조리하는 중국요리엔 굴소스가 ‘찰떡궁합’이다.

약간의 굴소스는 볶은 음식의 느끼함을 덜고 감칠맛을 높이기 때문이다.


○ 우연히 탄생한 깊은 향과 맛의 굴소스

중국의 대표적인 굴소스로 꼽히는 ‘이금기 굴소스’를 처음 만든 사람은 이금상이란 인물이다.

19세기 말 중국 광둥성에서 작은 식당을 했던 이금상은 해안에서 나는 천혜자원인 굴을 이용한 요리를 만들어 팔며 생계를 이어갔다.

하루는 평소와 다름없이 굴 요리를 하던 이금상이 깜빡 잊고 요리에 불 끄는 것을 잊었다.

한참이 지나 뚜껑을 열어본 이금상은 깜짝 놀랐다. 굴에서 배어나온 국물이 졸아서 걸쭉한 갈색의 소스로 변해있는 것이 아닌가.

농축돼 만들어진 굴 스프의 향은 더 깊고 맛도 좋았다.

이렇게 우연히 탄생한 굴소스는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금상은 굴소스를 대량으로 생산할 전문 업체를 세우고

자신의 이름을 따 ‘이금기사(李錦記社)’라는 이름을 붙였다. 1888년의 일이다.

이금기사는 현재 ‘이금기 굴소스’를 비롯해 수십 가지 소스를 제조·판매하는 중국소스 전문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 ‘이금기 굴소스’, 국내에 들어오다

중국을 대표하던 이금기 굴소스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차이나타운을 통해서였다.

국내 화교들은 대만, 홍콩 등지에서 굴소스를 구매해 오기도 했다.

1990년대 초 국내의 한 업체가 수입판매를 시도했고, 1990년대 중반 ㈜오뚜기가 수입판매를 재개하면서

이금기 굴소스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이금기 굴소스는 국내 다양한 매장에서 진행된 굴소스 요리 시식을 통해 그 맛이 점차 알려졌고 판매도 더불어 증가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해외여행 중 굴소스를 맛보고 귀국한 20, 30대 국내 소비자가 늘면서 이금기 굴소스의 판매도 더 활성화됐다.

한 시장조사 전문 업체의 조사결과 2009년 현재 굴소스 수입판매 시장 점유율은 이금기 굴소스가 1위다.

 

 


○ 120년 전통을 잇는 감칠맛

탄생한지 120년이 넘은 요즘, 굴소스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에 사용된다.

이금기 굴소스는 간장과 비슷하면서도 진하고 강한 맛이 특징. 간장을 넣어 요리했을 때보다 감칠맛이 더하다.

굴소스에는 재료 고유의 색과 광택을 살려주는 성질이 있어 보기에도 맛깔스런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

그러면 이금기 굴소스가 가진 맛의 비결은 무엇일까?

굴소스가 굴에 소금물이나 간장을 넣어 발효시켜 만든다는 이야기는 사실과 다르다.

이금기 굴소스는 아직 전통적 방식을 고수해 생산된다. ㈜오뚜기에 따르면, 이금기 굴소스의 주재료인 굴은 청정해역에서

2, 3년 자란 신선한 굴로 수확한다. 수확 즉시 농축작업을 하는 공장으로 보내져 깨끗이 세척한 뒤 끓인다.

백색의 걸쭉한 액체가 된 뒤에도 다시 갈색으로 변할 때까지 10시간 이상 더 끓인다.

소량의 굴소스를 음식에 첨가해도 맛에 차이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한 맛을 위해 신선한 굴을 쓴데다가 굴 자체에서 나오는 순수한 추출물이 농축될 때까지 오랜 시간 끓이기 때문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전통 방법을 고수하는 이금기 굴소스는 맛과, 질감, 색상이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면서

“유명 맛 집의 요리사들이 많이 찾는 판매 1위 제품”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반 가정에서도 굴소스의 쓰임이 많아졌다. 구이, 볶음은 물론 조림, 국, 찌개에도 맛을 더한다.

굴소스는 고추장, 두반장 등 다른 양념과 혼합하면 한식요리에도 응용할 수 있다. 볶음밥, 떡볶이 등 볶음 요리와 멸치,

어묵 등 밑반찬, 생선이나 두부조림, 다양한 찜 요리에 굴소스를 첨가하면 풍미를 더한다.

 

 

기사입력 11-02 . 여성동아일보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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