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신 장수와 우산 장수를 아들로 둔 어머니 이야기 아세요?
비가 오면 짚신 장수 아들을 걱정하고
햇볕이 나는 날에는 우산 장수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 얘기지요.
영순여사와 가끔 이 얘기를 하곤 하는데요.
챙기고 신경써야 할 식구가 많은 집의 어머니시라면 아마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 이야기에 나오는 것처럼, 저도
날 좋으면 짚신 장수 아들한테 잘됐다,
날 궃으면 우산 장수 아들한테 잘됐다 기뻐하시라고
말씀드리곤 해요.
그럴 때마다
엄마 마음이라는 게 다 그런기라~
하십니다.
그런 영순여사의 마음이 집안 곳곳에 닿아있지만,
특히 신경쓰시는 데가 한 곳 더 있답니다.
바로 아빠가 드시는 밥인데요.
영순여사의 정성이 가득한 영양밥 이야기 시작할게요~
다양한 콩과 잡곡이 들어간
정성 가득 영양밥
영순여사는 두 종류의 밥을 짓습니다.
하나는 식구들이 먹을 잡곡밥.
또 하나는 아빠가 드실 영양밥입니다.
소화가 잘 안되서 고생하시는 아빠를 위해
직접 키운 콩들을 넣고
수고스러운 밥짓기를 하시지요.
영양밥에 들어가는 재료는
땅콩, 쥐눈이콩, 울콩 두 종류, 서리태콩, 팥
찹쌀, 귀리, 렌틸공, 현미, 흑미, 수수, 조, 호두, 밤입니다.
땅콩, 쥐눈이콩, 두가지 종류의 울콩을 찬물에 30시간 정도 불려요.
영순여사의 텃밭에서 직접 키운 콩들이에요.
싱싱해 보이죠?
이렇게 불린 콩들은
깨끗이 헹구고 난 후에 체여 받쳐서 물기를 빼준다음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합니다.
밥을 지을 때 바로 꺼내서 넣을 수 있도록요~
찹쌀, 귀리, 렌틸콩, 흑미, 수수, 조를 같이 넣고 불린 거예요.
찹쌀은 2공기 반, 다른 잡곡들은 각각 종이컵으로 1/3정도 되는 양으로 해서
찬물에 30시간 정도 불려줍니다.
시간이 지나면
요렇게 물이 좀 뿌옇게 된답니다.
물을 버리고
깨끗한 물로 헹궈주세요.
알록달록 색깔이 참 예쁘죠?
팥은 뜨거운 물에 따로 불려야 한답니다.
시간은 똑같이 30시간이구요.
팥을 삶지 않고 왜 불리냐는 질문에
팥을 삶으면 팥물이 다 빠져서 맛이 덜하고
삶은 팥을 넣어 밥을 지으면 잘 퍼져서 안좋다고 하시더라구요.
팥을 불릴 땐
물이 식으면 다시 뜨거운 물로 갈아줘야 한다는 점!
기억하세요~
영순여사의 이종사촌댁에서 직접 농사 지은 호두와 밤은
따로 준비해 두는데요.
호두는 적당한 크기로 쪼개놓고
밤은 한알을 3~4등분 해서 잘라두면 됩니다.
재료가 다 준비가 되면
먼저 불려놓은 잡곡들을 깨끗하게 헹구고
밥솥에 담습니다.
보통 밥하듯이 쌀 양에 맞춰서 물을 맞추구요.
그 다음에 불려놓은 콩들과 팥, 호두, 밤을 넣습니다.
콩들을 미리 충분히 불려뒀기 때문에 쌀의 양에 맞춰서 물을 맞추면 된다고 해요.
그리고 요기서 또 하나의 팁!
만약 밥솥에 약식 기능이 있으면
약식으로 선택해서 밥을 지으면 더 찰지고 잘 익는다고 합니다.
약식이 없으면 잡곡밥으로 선택하면 OK~!!
취사 꾹~ 누르고
밥이 되길 기다리면~
윤기 촤르르~~~
고소하고 맛있는 영양밥이 완성되었습니다~!!
다 된 영양밥은 찬합에 옮겨 담아서 완전히 식을 때까지 뒀다가
냉장고에 보관하구요.
먹을 양만큼 덜어서 전자렌지에 데워 먹으면 된답니다~
영순여사의 정지(부엌의 방언)에 있는 밥솥은 용량이 좀 큰 거라
밥을 할때 너무 적은 양으론 못한다고 하시더라구요.
가끔 속이 더부룩 하거나 소화가 잘 안될 때
요 영양밥을 먹기도 하는데요.
쫄깃하고 달달한 밥이랑 고소한 콩, 호두, 밤이 씹히는 게
밥이 아니라 간식을 먹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집에 손님이 오시면 신기해 하며 맛보기도 하구요.
밥 하나에도 정성이 가득 담긴 영순여사의 밥상은
오늘도 소박하지만 푸짐하게 차려집니다.
2015/03/31 - [집밥 리얼스토리] - [집밥 리얼스토리] 세번째 이야기. 아빠의 생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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