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계실 땐,
설에 세배를 드리러 오시는 동네분들,
멀리서 오시는 친척분들로 명절 내내 손님이 끊이지 않았어요.
지금은
설 명절보다 집이 더 북적이는 날이 생겼어요.
바로 아빠의 생신.
설이 지나고 얼마 있지 않아 있는 아빠의 생신은
명절에 다녀가지 못한 언니네 식구들이나
가까이 사시는 고모가 오시는 날이기도 하답니다.
영순여사와 주방이 또다시 바빠지는 날이기도 하구요^^;
이번엔 셋째언니가 도우미로 짜잔~!
영순여사를 닮은 손맛을 자랑했답니다.
이번 아빠의 생신상은
소고기 버섯전골과 나물반찬, 집에서 직접 담은 김치들로 차려졌어요.
생신상의 메인 메뉴였던
소고기 버섯전골
짜지도 않고 어쩜 그렇게 맛있던지...
식구들이 먹는 내내 맛있다며 어떻게 만든 거냐고 물었답니다~ㅎㅎ
(맛난 레시피는 아래에 소개할게요^^)
아침부터 떠들썩했던
아빠의 생신날 이야기 시작해 볼게요~
큰언니의 등.장.
은 조금 요란스러웠어요ㅎㅎ
영순여사와 인사를 나누기 바쁘게 가지고 온 짐(?)들을 풀어놓기 시작합니다.
박스가 대체 몇개인지..-_-;
엄마 아빠 드시라고 가지고 온 양파즙 한박스에
생선, 고기, 회, 과일에
목 아픈데 좋다며 우리 먹을 레몬청까지 직접 담아서 왔답니다.
육남매 맏이의 위엄이란...
전 다시 생신상 준비로 돌입!!..하고 싶었는데
큰 상을 꺼내오라는 영순여사의 명으로
잠시 주방에서 쫓겨(?)났어요~
상을 꺼내서 행주로 꼼꼼히 닦은 뒤
준비된 음식을 하나씩 차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빠가 좋아하셔서 시장에 있는 단골 떡집에 가끔 주문해 먹는 인절미에요.
고소한 콩고물이 잔뜩 묻어있는 쫄깃한 인절미...
샤샥~
하나 몰래 집어먹어 봅니다.
식구들 모두가 좋아하는 파김치.
텃밭에서 직접 길러서 먹는데
정말 부드럽고 끝맛이 톡 쏘는 매콤함이 매력이랍니다.
자취하는 친구들에게 가져다 주면 인기 만점~!
어쩜 파김치가 이렇게 부드럽냐고 감탄을 해요.
나가서 팔아보라고. 대박날 거라고요~
싱싱한 무우로 전날 담근 깍뚜기에요.
가을이었다면 텃밭에서 키운 걸로 담았을 텐데
이번엔 사온 무우로 담았답니다.
무우를 잘 골라서 그런지 맛이 좋다고 영순여사 또 흐뭇해 하십니다.
짭쪼름하면서 달달한 연근조림~
요즘 연근이 비싸서 자주 해먹지는 못하는데,
영순여사께서 직접 시장에 가서 꼼꼼히 골라오신 녀석으로 만들었어요.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예요.
셋째언니가 만든 잡채.
정말 이상한 잡채에요. 별로 넣은 게 없는 거 같은데 맛있어서 손이 자꾸 가요.
멈출 수가 없어서....
실컷 먹으라고 마~~~~니 만들어답니다ㅎㅎ
면 삶기의 달인인 셋째언니답게 잡채의 면발은 탱글탱글 끝내줍니다.
외국 친구들이 집에 와서 먹어보곤 어떻게 만드는 거냐고 꼭 물어보는 콩나물 무국~
시원하면서 끝맛이 달달해요.
물론 설탕이 들어가서 그런 게 아니고
싱싱한 무우와 콩나물 덕분에 느낄 수 있는 맛이랍니다~
텃밭에서 키운 깻잎으로 담은 깻잎김치에요.
작년에 깻잎이 좀..심하게 풍년이어서
영순여사의 밥상에 자주 올라왔었는데요.
김 모락모락 나는 밥에 한장 얹고 싸서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큰언니가 가져온 자연산 미역.
미역이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그냥 살짝 데치기만 했는데도 맛있어서..정말 신기했답니다~
자연산 미역에 모듬회를 넣고
곱게 채썬 무우와 깻잎도 촤라락~
초장에 쓱쓱~
검은 깨 솔솔 뿌려주고 나니
미역회무침 완성!!
정말 또 먹고 싶은 맛이었어요~
큰언니한테 은근한 눈빛을 보내며 열심히 먹었더니
다음에 또 갖다주겠다고 합니다. 으흐흐흐~
아빠가 매일 드시는 영양밥.
영순여사가 아니면 요렇게 윤기 촤르르~~ 흐르는 영양 찹쌀밥이 안되더라구요.
(요 찹쌀 영양밥 레시피는 다음 이야기에 자세히 소개할게요^^)
강원도 정선에서 사온 취나물로 만든 취나물 무침이예요.
맛있는 취나물 만드는 방법은요~
먼저, 말려서 보관했던 걸 꺼내 한번 삶은 다음 깨끗이 헹궈줍니다.
따뜻한 물에 30분정도 푹 담갔다가 다시 씻어서 물기를 꼬옥~ 짠 다음
달군 후라이팬에 시장에 가서 직접 짜온 들기름을 넉넉히 부어줘요.
삶은 취나물을 넣고 다진 마늘을 넉넉히 넣고 조선간장을 살짝 넣어줍니다.
그리고...
영순여사의 맨손 신공이 펼쳐집니다.
맨손으로 나물을 '매매' 주물러 줍니다.
충분히 주물러줬다 싶으면 손으로 다독다독 정리해 줍니다.
자들자글 소리를 내며 익는 것을 지켜보다가
불을 끄면 부드럽고 고소한 취나물 완성~!
피마자라고도 불리는 아주까리 나물 무침이에요.
텃밭에서 직접 키운 건데 약간 쌉싸름 한 것 같으면서 고소해서 저도 무척 좋아하는 나물 반찬이에요
어떤 분들은 아주까리 나물 무침을 하면 거칠어서 먹기 힘들다고 하는데,
영순여사께서 해주시는 아주까리 나물은 정말 보드라워서 먹을 때 전혀 불편하지 않거든요.
비법을 여쭸더니,
아주까리 이파리 줄기의 바깥쪽 거친 부분을 모두 벗겨냈기 때문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아주까리 나물을 만들 땐 한번 삶은 다음에 씻어주고, 다시 살짝 삶아준다고 합니다.
그래야 독한(?) 물이 빠지고 아린 맛이 없어진다고 해요.
붉은 색을 띄는 물이 없어지면 이파리의 거친 부분을 벗겨내고 취나물을 만들 때와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 주면 된다고 해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아주까리는 섬유질이 풍부해서 변비에 좋고, 염증 제거에도 좋대요.
체내의 나쁜 독을 변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하니,
만들기 번거로워도 훌륭한 밑반찬이랍니다~
자! 이제~
메인 메뉴인 소고기 버섯전골을 만들어 볼까요?
소고기는 얇게 썰어서 준비해 주고
느타리 버섯, 새송이 버섯, 만가닥버섯, 당근, 파는 버섯 크기에 맞춰 썰어둬요.
당면도 불려서 준비해 둡니다.
육수 준비가 포인트 인데, 사실 특별히 들어간 재료는 없어요.
물, 간장, 후추, 다진 마늘...끝~이에요.ㅎㅎ
짜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간장양을 처음부터 너무 많이 잡으면 안된다고 합니다.
전골 냄비에 재료를 잘 담고
준비한 육수를 부어줍니다.
당면은 너무 많이 넣지 않는 게 좋다고 합니다.
당면이 많이 들어가면 육수를 다 빨아들인다구요.
센불에서 끓여줍니다.
오래 끓이지 않아도 되는 재료들이라 끓어오르고 3분정도 뒤에 불을 끄고 상으로 옮기면 돼요.
버너가 있으시면 직접 상에 놓고 끓이면서 먹어도 된답니다.
상을 다 차리고 식구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었어요.
이야기 보따리를 풀면서 먹다보니 시간이 제법 걸렸지만,
북적이는 밥상이 오랜만이라 옛날 생각도 나도 좋았답니다.
주인공이셨던 아빠의 얼굴도
그 옆에 앉은 영순여사의 얼굴도
흐뭇함이 가득한 표정이었어요.
2015/03/24 - [집밥 리얼스토리] - [집밥 리얼스토리] 두번째 이야기. 밥알 동동 달달한 단술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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