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아직 가마솥이 걸려있던 때,
아궁이의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고 단술을 끓이는 단내가 솔솔 풍겨나는 날은
명절음식을 준비하는 날이거나 특별한 날인 경우였습니다.
영순영사의 정지(부엌의 방언)가 유난히 부산스럽고 바쁜 날이기도 했지요.
그땐 늘 단술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식혜와 감주는 또 다른 음식이름인 줄 알았답니다.^^;
사전에서 식혜를 검색해 보면
식혜[食醯]
쌀밥에 엿기름가루를 우린 물을 부어 천천히 삭힌 뒤에 단맛이 나도록 만든 음료. 주로 차게 해서 마신다.
라고 되어있습니다.
그 아래에 참고어로 감주와 단술이 함께 나오구요.
감주[甘酒]
쌀밥에 엿기름을 부어 삭혀서 끓인 음식.
단술
쌀밥에 엿기름을 부어 삭혀서 끓인 음료.
(사전검색: 다음 사전)
뭐..결국 다 같은 걸 얘기하고 있었다는 거지요.
단술은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변비에 좋고 소화를 촉진시켜줘서 장운동도 도와준답니다.
숙취해소에도 효과적이고
차가운 체질의 사람은 따뜻하게 해주고 열이 센 체질은 차갑게 해줘서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대요.
맛도 좋은데 요런 효능까지 있다니~~!!
요즘은 명절이나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단술을 만들어 먹습니다.
한번은, 단술 해뒀으니 꺼내 먹으라는 영순여사의 말씀에 오늘 무슨 날이냐고 물었더니,
'니들이 잘 먹으니까 했지'라고 쿨하게 대답해 주십니다.
그럴 땐, 얼른 통에 담긴 단술을 한그릇 따르고 맛을 봅니다.
"음~ 맛있다!"
씨익 웃으면서 영순여사와 눈을 마주치면 흐뭇한 표정으로 보십니다.
역시! 맛있게 먹는 모습이 음식하는 사람의 참 보람인가 봅니다.
밥알 동동~
설탕을 넣지 않은 경상도식 단술 만드는 방법!!
영순여사가 만든 단술은 색은 탁하지만 구수한 단맛이 정말 일품예요.
비결을 물었더니
설탕을 넣지 않고 엿질금을 '매매'(매우, 몹시의 방언) 달이기 때문이랍니다.
엿질금 삭힌 물도 따로 거르지 않아서
구수한 맛이 더 진하다고 합니다.
그래선지 설탕이 내는 단맛과는 많이 다르고
달달한 데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먹을 수 있어요.
식구들은 바쁜 아침밥 대신으로 한그릇 후루룩~ 마실 때도 있답니다.
엿질금 물을 만듭니다.
요때 밥솥에다가 고두밥을 짓습니다.
밥이 되는 동안 엿질금이 든 자루를 주무르며 잘 우러나오도록 하고,
다 우러나면 자루 안의 찌꺼기는 버립니다.
고두밥을 보온밥솥으로 옮긴 다음
엿질금 물을 조금 부어줍니다.
보온으로 해둔 상태에서 3~4시간 정도 둡니다.
이렇게 하면 고두밥을 삭히게 되는데요.
바로 단술에 들어있는 밥알 들이 되는 거지요^^
잘 삭혀졌는지를 알아보는 영순여사의 Tip
밥알이 하나 둘 동동~ 뜨기 시작하면 된다고 하는군요.
밥알이 다 뜨면 너무 퍼져서
나중에 단술을 먹을 때 텁텁하고 맛이 없대요.
밥알이 하나 둘 뜨기 시작할 때
주걱으로 휘휘 저어준 다음
따로 꺼내두면 된답니다^^
고두밥을 삭히고 나면
남은 엿질금 물을 큰 찜통에 넣고 센불에오려줍니다.
가마솥은 없어졌지만
화력 센 녀석이 뙇! 대기하고 있어요.
잘 삭혀서 건져둔 밥알들~
찜통에 끓일 때 다 넣지 않고 요렇게 남겨둔답니다.
그래야 밥알이 퍼지지도 않고 나중에 먹을 때 식감도 좋아요~
슬슬 끓기 시작합니다.
센불에서 30~40분 정도 계속 끓여주세요!
물 양이 조금씩 줄어들죠?
처음에 담았던 양에서 5~6cm정도 줄어들었을 때 불을 꺼주면 됩니다.
영순여사 말씀으론 보통 가정집 가스렌지로 끓일 땐 최소 1시간정도는 끓여야 한대요,
밥알을 다 넣지 않고 매매 달이는 게 바로 포인트!!
펄펄 끓던 녀석들이 조금 잠잠해 졌지요?
밥알들이 동동~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늘로 옮겨 좀더 둡니다.
완전히 다 식고 나면 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요.
충분히 끓이지 않으면
단맛이 덜하고
그냥 어정쩡한 물맛이 난답니다.
충분히 끓여줘야 한다는 것!!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시원해진 단술을
유리그릇에 담았습니다.
구수하고 달달한 단술~
입에 착착 감기는 맛이 끝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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